어제 우연히 본 개구라 하나. 위장효과-의학


"대동맥은 아닌 거 같고, 비장동맥파열인 듯 싶습니다!"
"너 그걸 어떻게 알아?"
"제 검지손가락으로 잡고 있습니다!"
"야 이런 또라이를 봤나."

그 위치에서 통과하면 비장동맥? 가능성 있지. 그런데 그걸 손가락으로 잡아서 위치를 안다???? 물론 주변에 랜드마크가 될만한 아주 괜찮은 장기가 하나 있긴 하지. 그걸 따라서 잡으면 대략 잡힐지도?
그런데, 그쪽으로 접근은 어떻게 할 건데? 손가락만으로 헤쳐나가면 거기가 나오는 곳인 줄 아나 본데? 그리고 그 정도 철근이 뚫었을 정도라면 근처는 완전 아작나는데? 비장동맥보다도 신동맥/정맥 손상이 더 우려됩니다만? 위도 아작나고 췌장도 아작나고 난리도 아니겠다.

차라리 비장파열로 상정했으면 훨씬 더 현실감이 있었을텐데, 이거 자문 누가 한 건가??????? 그러고보니 의사 사이트에 드라마 자문의사 구합니다 라고 구인광고가 예전부터 떴으니 누군가 갔을텐데, 그 자문을 씹은 건가???

워낙 굵은 철근이 뚫고 들어간 상황이니 수술은 엄청나게 커질 것이고-그 위치라면 비장절제, 신절제, 췌장미부절제, 위부분절제및 대장절제까지 고려해야 할 상황...-대박이긴 한데 비장동맥 하나 막았다고 결코 혈압이 정상화되지는 않을 것임.

대신 하나 맞는 건. 그렇게 뚫은 상황에서 함부로 뽑으면 안된다는 점을 제대로 재현했다. 칼이든 뭐든 관통손상시 흉기가 환부에 있는 경우 필히 병원, 그것도 수술실에서 뽑아야 함-그래야 출혈을 최소화할수 있다는 거.

하나 더, 손가락으로 막아서 살리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사타구니쪽 관통상. 이 경우 대퇴동정맥쪽의 손상이 올 수 있는데 이 경우에 손가락 두개(검지와 중지)를 가지고서 그야말로 송판이 뚫릴 기세로 압박해줘야 함. 이 손가락을 떼는 순간 정말로 피-동맥혈-가 천장까지 솟구치는 정말 ㅎㄷㄷㄷ한 상황을 목격할 수 있을 것임. 손가락으로 누른 뒤 그 대로 수술실로 직행해서(그러니까 구급차에서부터 구급요원 한 사람은 손가락으로 지혈해야 한다는 거) 그 상태 그대로 소독하고 드랩하고 수술부 절개한다음 손상된 혈관 찾고 그자리에서 작업해야 한다는 거. 감염? 그 정도 출혈이면 사람 죽는데 시간이 아니라 분 단위 다툽니다. 감염 그딴 거는 그야말로 2,3,4차 고려 사항. 이런 문제가 특히 많이 생기던 곳이 바로 마장동. 정형작업하면서 칼을 내리치다가 자기 사타구니 치는 경우가 많았음.

(그러니 상하이 조의 사격실력이 대단했다는 거지. 어떻게 그 사이에 숨은 거기를 맞추느냐고. 차라리 고관절부 맞아서 심영이 그자리에서 죽었을 가능성이 더 크구만.)

덧글

  • 까마귀옹 2016/11/09 08:53 #

    흉기가 환부 안에 깊숙히 박히면 함부로 빼면 안된다는 것은 의료만화에서도 자주 나오는 장면이죠.

    관통상 하니까 생각난 건데 어렸을 때 봤던 미스터 빈 이야기. 미스터 빈이 어쩌다가 외과 수술실에서 의사 행세를 해야 했는데 아주 위험한 상태의 총상 환자였음. 탄환을 빨리 빼야 하는데 상처가 아주 요상해서 전문의들도 함부로 수술을 못하고 있었죠. 그런데 미스터 빈이 꺼낸 '도구'는 손가락(...). (사실 원래 써야 마땅한 수술 핀셋은, 미스터 빈이 홍차 타려고 썼다가 사라짐)당연히 의사들은 말리려 하는데, 말릴 새도 없이 우리의 미스터 빈은 환부에 손을 쑥 넣더니 비닐봉지에서 사과 꺼내듯이 아주 쉽게 총알을 쏙 빼버립니다. 의사들은 어이가 없어서 잠시 침묵했다가 곧 환호성.
  • 위장효과 2016/11/09 09:57 #

    미스터 빈은 도대체 뭔 우주의 기운이 다 모이는 건지...^^;;;
  • 아빠늑대 2016/11/09 13:14 #

    자문이 자문대로 되었다면 아마 우리나라 사극의 리얼리티는 지금쯤 하늘을 찔렀지 싶습니다. ^^
  • 위장효과 2016/11/09 13:17 #

    납득해버렸지 말입니다. 진짜 자문대로 갔다면 사극으로 역사공부가 가능...

    그런데 자문을 누가하느냐도 문제죠. 만의 하나 모 떡 먹기 좋아하는 그 분이 자문으로 참여했다면...
  • 보리차 2016/11/09 14:04 #

    아이고 선생님 정말 고생 많으십니다... ㅠㅠ 저는 피만 보면 기절하는지라(...) 말씀하신 마장동에서 자주 일어난다는 사고 상상하다 2차 기절할 뻔...

    검지로 잡고 있습니다! 하는 부분은 TV 드라마인가요? 좀 다른 얘기지만, 문득 옛날에 하얀거탑 MBC 판에서 수술 중에 큰 핏줄 하나 실수로 잘라 먹는 장면이 생각나는군요...

    - 집도의 "크아악! 어서 시야 좀! 하야꾸!"
    - 조수 "너무 콸콸 새서 썩쎤이 못 따라가유!"
    - 집도의 "가만 있어 봐... (눈 감고 피웅덩이를 손으로 휘적휘적) 좋았어! 손가락으로 잡아서 지혈시켰다!"
    - 조수들 "?!"
    - 지켜보던 교수들 "저런 건 장준혁 선생만 해낼 수 있는 일이지!", "신이 내린 손이지!", "자와자와!"

    원래 장면이랑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만 기억에 의존하는 거라 ㅋㅋ
  • 위장효과 2016/11/09 19:23 #

    피만 보면...
    1. 그냥 저냥: 이른바 필드에서의 경미한 출혈. 물론 빨리 지혈하고 해야겠지만 베이고 하는 상처에서 나오는 피는 그냥 압박만 해도 10분이면 다 멈춥니다.
    조금 길거나 깊은 열상이라면 빨리 꿰매고 해야겠지만 역시나 그냥 침착하게 침착하게...

    2. 수술장에서의 피: 투우사의 붉은 망토가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걸 보게 된 황소와 비슷한 상황. 주변 사람들이 뭘 하든 다 맘에 안들어서 발광 "자냐!" "어디 보냐!" "빨리 준비해!!!!" 이거 멎어야 일단 서전이 안정.

    3. 하얀거탑에서의 그 장면이야 뭐...일단 복강내의 혈관들이라면 대동맥 제외하고선 손가락으로 꽉 잡으면 지혈이 가능합니다. 대신 그만한 길이가 있어야 한단 야그. 딱 기시부에서 혈관이 나가면...그때부터는 욕설과 각종 저주가 수술방에서 작렬...
    그렇게 피가 차오르는 상황이 있는데, 이때는 정말 마취과와의 팀플레이가 관건. 얼마나 빨리 수액과 피로 따라와주느냐-이건 마취과소관인고로- 그리고 집도의가 얼마나 빨리 해결책을 찾느냐의 싸움이죠.덤으로 옆의 어시스트가 얼마나 빨리 혈액을 흡인해주느냐...그래서 시야확보되면 재빨리 한 바늘 뜨고 뜨고 해서 간신히 잡는 경우가 여러번입니다. 손가락으로 잡아봐야...그 다음 기구 집어넣고 클립이든 아님 결찰이든 해서 막아야 진짜로 완결이지요.
  • 까마귀옹 2016/11/09 20:28 #

    유투브에서 해당 내용을 찾아봤더니 제 기억 속 내용보다 더 막장.

    우선 환자는 평소 미스터빈과 안면이 있던 사람이어서, 집도의가 미스터빈이라는 걸 알고 기절해서 자가 마취(?) 성공.
    그리고 다른 환자의 상태가 급변해서 의료진들이 모두 그쪽으로 가고, 미스터 빈은 사탕을 먹으려다가 그걸 총상 환부 안에 떨어뜨려서 그걸 손으로 주워다가 소독약으로 헹궈서 섭취하심(핀셋과 홍차이야기는 이걸 헷갈린 것 같음)
    그리고 이때 손으로 뒤적거리다가 총알이 어디 있는지 대충 알게 되고, 이후 의료진이 복귀한 뒤엔 이하 동일.

    결론:역시 우주의 기운이 다 모이신 미스터 빈...
  • 위장효과 2016/11/09 20:38 #

    로완 앳킨슨이라는 배우의 학력과 기타등등 커리어를 보면 볼때마다 미스터 빈이라는 캐릭터와의 괴리때문에 더더욱 내용 볼때마다 뒤집어지지 말입니다.

    진짜 막장 오브 막장에서도 우주의 기운을 모두 모은 미스터빈에게는...
  • 까마귀옹 2016/11/09 21:07 #

    그리고 그 전에 출연한 블랙 애더(black adder)에서는 또 정통 영국식 블랙 유머의 진수를 보여준다죠.

    첫화인 1차 대전 편부터'하우스 박사'가 멍청이로 나온 것도 또 깨고.
  • 위장효과 2016/11/09 21:32 #

    휴 로리가 닥터 하우스 역 맡기 전 필모보면 깨는 거 제법 됩니다^^.

    반대되는 인물이 총알탄 사나이등으로 패러디 개그 전문으로 알려진 레슬리 닐슨...이 영감님 심각한 역 중에는 오리지널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선장역도 있지 말입니다^^.
  • 주사위 2016/11/20 18:28 #

    늘 한국 드라마의 고증은 엉망진창이란 점을 마음깊이 새기고 보고있습니다.

    하얀거탑에서 가장 어이없던것은 심장이식 받고 눈뜨고 얼마나 됐다고 종이서류 보고 있는 장면서 어이가 털렸습니다.

    병원의 높은 분이라도 그건 절대 받아줄 수 없는 요구아닌가요?

    그 대가는 목숨으로 치뤘지만요. =ㅁ=
  • 위장효과 2016/11/21 16:09 #

    그 정도야 연출자에게 허용된 자유!!!!(는 개뿔)

    어이 털리는 장면들이 한 둘이 아니죠. 오죽하면 한국 드라마에서 법정 드라마는 "법정에서 남주여주가 연애하는 드라마" 의학 드라마는 "병원에서 남주여주가 연애하는 드라마" 방송 드라마는 "방송국에서 남주여주가 연애하는 드라마"라고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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